2025년을 되돌아 보며
글을 작성하기전에
2024년 회고록은 미루고 미루다 보니 결국 적지 못했네요.
왜 미루었나 생각해보면, 시작 자체를 “완전한 글을 적을 수 있을 때” 하고 싶었던 마음 때문에 계속 미루게 된 것 같습니다.
2025년 회고록도 연초에 쓴다고 해놓고 계속 밀리다 보니, 벌써 1월 2주 차까지 들어선 상황이네요. 이번에도 계속 준비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글을 완성하지 못할 것 같아서, 새벽에 노트북을 들고 나와 카페에 앉아 일단 글을 적고 있습니다. 두서는 조금 없을 수 있겠지만, 일단 시작했으니 끝까지 쓸 수 있겠네요.
전체적으로 요즘 글 쓰는 주기 자체가 많이 길어졌는데, 다 같은 맥락인 것 같습니다. 회사가 바쁘고 제 삶이 바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결국 “글을 쓰는 것 자체”에 대해 시작을 미뤄온 게 글의 양이 줄어들고 주기가 길어진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되네요.
예전에는 기술적인 영역이나 생각 정리 글도 일단 쓰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마쳤던 것 같은데, 블로그에 글을 더 자주 쓰려면 그런 마음가짐을 다시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을 좀 더 내려놓을 필요가 있네요.
서두가 길었는데, 이제 1년을 돌아보면서 적어보겠습니다.

토요일 새벽 3시쯤 되니까 무인카페에 아무도 없더군요.
2025 년 타임라인
1분기 (1월 ~ 3월)
회사에서는 한창 바빴던 시기이기도 했고, 오랜만에 3명 이상의 친구/동생들과 여행을 다녀온 시기였습니다.
회사에서는 초기 설계와 전임자의 부재로, 어떻게든 유지보수해 나가면서도 근본적인 아키텍처를 파악하기 힘든 프로덕트가 있었는데요. 그 프로덕트를 제가 공식적으로 담당하게 된 시기였네요.
저희 팀은 타 회사 대비 아직 역사가 아주 깊지는 않은 팀이고(10년 이하), 그런 이유 때문에 개발된 프로덕트에 대한 문서화된 히스토리는 부족할 수 있으나, 그 히스토리 자체가 크게 문제 되지는 않던 시기였습니다.
다만 제가 맡게 된 프로덕트는 히스토리가 거의 유실된 상태였고, 심지어 사업/기획에서 메인으로 삼고 있던 프로덕트였습니다.
해당 프로덕트를 맡게 된 계기 자체는, 단순히 기능을 덧붙이는 수준으로는 불가능하고 전체 구조를 파악해야만 가능한 기획안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기획안을 구현하기 위해 전체 구조를 제가 파악하고 문서화하게 되었네요. 기간도 넉넉지 않았고 난이도도 있는 작업이라 상당히 챌린지한 업무였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저 스스로 스텝업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적으로는 이 경험이 제 스스로 ‘스텝업’이라고 느껴졌던 지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 히스토리가 유실된 프로덕트를 코드 레벨에서 끝까지 따라가며 구조를 파악했고, 비동기로 처리되던 기능을 스텝별로 직접 돌려보며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확인했습니다.
- 알게 된 내용을 저만 알고 끝내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문서화했습니다. (운영 관점에서 무엇이 위험한지, 어디부터 보면 되는지까지)
- 레이어가 주구난방으로 펼쳐져 있던 흐름은 UseCase 레벨로 추상화해서, 이후 작업자들이 “어디를 고치면 무엇이 영향받는지”를 더 빠르게 잡을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 그 과정에서 RDBMS 데드락/롱 트랜잭션 이슈, 멱등성과 비동기 처리 전략 같은 것들을 실제로 겪으며 기준을 세우고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여행은 저 포함 4명의 친구들과 일본 도쿄로 다녀왔는데요. 최근 2년간 일본 여행을 자주 갔지만, 그중에서도 아주 즐거운 여행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결혼도 하고 해서 이렇게 여러 명이서 가기 쉽지 않은데, 운이 참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4박 5일 동안 남자 4명이 허울 없이 떠들면서 놀던 기억이 참 좋았어요. 음식도 푸드파이터급으로 엄청나게 먹었고요. 이런 3~4명 구성의 해외여행을 더 나이 먹기 전에 한 번 더 가보고 싶긴 합니다.

거진 10년만에 곤지암에 가서 스키도 한번 타고었네요. 인라인 스키를 처음타봤는데, 리프트 타기에 엄청 편하긴 했었습니다.

좋아하는 일본가수인 요네즈 켄시 첫내한도 운좋게 티켓팅에 성공해서 다녀왔었습니다.
2분기 (4월 ~ 6월)

본격적으로 식단 관리를 시작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그때 시작한 식단 관리는 지금도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거의 평일에는 정해진 식단(쉐이크, 닭가슴살 볶음밥, 닭(가슴살/다리살), 방울토마토)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약속이 있거나 주말에는 어느 정도 편하게 먹고 있어요.
덕분에 체지방률은 15%~17% 사이를 유지하며 비교적 건강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체형 관리가 쉽지 않은데, 계속 노력하려고 하고 있네요.

일본 여행을 이 시기에도 한 번 더 갔습니다. 고베 항공편이 엄청 싸게 나와서 2월에 여행 갔던 동생과 둘이서 다녀왔습니다.
일본 3대 온천인 아리마 온천도 다녀오고, 저녁에 산도 올라갔다가(위험하진 않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4만 보 넘게 걸어 다니게 되어버리는 등 재밌는 경험이 많았습니다.

처음으로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주제로 한 오케스트라도 보고 왔네요.
회사 워크숍 갔을 때는 말도 타보고 왔습니다.
3분기 (7월 ~ 9월)

이 시기에는 일본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예전처럼 학원에서 1:1 수업을 하진 않았고, 앱을 이용해 매일 30분씩 전화 일본어를 했고 출퇴근/점심시간에는 단어를 외우곤 했습니다.
일본어 공부를 왜 다시 시작했냐고 하면, 최근 일본 여행을 자주 갔는데 여행 회화는 되지만 아직 현지인분들과 원활한 수준의 의사소통은 힘들더라고요. 좀 더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일본어 실력이 되면 여행이 더 즐거울 것 같아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공부하던 시기였네요.
그리고 공부한 만큼 이때도 일본 여행을 갔습니다. 여름철에 혼자 삿포로에 다녀왔는데, 겨울에만 멋진 곳인 줄로만 알았지만(아직 겨울에 안 가봄) 여름에도 참 멋지더라고요.
삿포로가 위치한 홋카이도 지역은(‘훗’ 아닙니다) 차가 있어야 제대로 관광이 가능한 편인데, 차선이 반대인 일본에서 렌트하기에는 좀 두려움이 있어서 이번에는 여행 중 하루를 투어로 다녀왔습니다. 평소에는 투어에 거부감이 있는 편이었는데, 정말 만족했습니다. 이동이 너무 편하더라고요. 명소들도 엑기스 위주로 볼 수 있었고, 사진도 가이드분이 잘 찍어주셔서 명소별로 사진을 꽤 챙길 수 있었던 게 좋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회사에서 요리 동호회도 열심히 했었네요. 단순 요리 말고 베이킹도 이번에 시도해봤는데 에그타르트도 만들어 봤고요.
만든 음식들은 팀원분들 혹은 지인분들과 맛있게 나눠 먹었습니다. 베이킹에 재미가 붙어서 에그타르트 이후에도 다쿠아즈, 티라미수도 만들었는데 재밌었네요.
회사는 9월 중에 아주 바쁜 타이밍이 있었습니다. 내용을 자세히 말하긴 힘들지만 팀원들 거의 모두가 몇 주간 제시간에 집에 못 들어가면서 일했던 시기가 있었네요. 간만에 “바쁘다~”라는 말이 입에서 나올 겨를도 없을 정도로 바빴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 타이밍에 회사의 합병 소식이 들려오는 바람에, 내부적인 사정으로 힘들게 만든 프로덕트는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유의미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4분기 (10월 ~12월)

이 시기에는 일본 여행도 두 번 다녀왔습니다.
첫 번째 여행은 제가 거의 일본어를 아예 못하던 시절, 저와 같이 일본을 함께 갔던 친구와 둘이 갔습니다. 2023년 초에 친구랑 도쿄 여행 갔을 때는 제가 정말 기초적인 일본어(아리가또, 스미마센) 정도밖에 못해서 친구가 대신 통역해주는 여행이었는데요.
친구가 일본인분들과 이야기하는 걸 보고 부럽기도 하고, 나는 여행을 제대로 못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던 계기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가 공부를 해서 친구보다 일본어를 더 잘하게 되었고, 친구도 상황이 역전된 걸 엄청 재밌어 했던 기억이 있네요.
살짝 아쉬운 점은 출국 전 주에 코로나 2회차에 걸려버렸다는 점입니다. 출국할 때는 전염성은 없어진 상황이라 친구에게 옮기진 않았고 문제도 없었지만, 제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 조금 아쉬웠습니다.
친구는 먼저 한국에 돌아갔고, 저는 혼자 기차 타고 오사카로 이동해서 혼자 여행을 했네요. 이때 우연찮게 혼자 오신 한국분들과 만나 같이 밥을 먹는 시간도 가졌는데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우아콘도 다녀왔습니다. 이제 아는 지인들이 발표를 많이 하게 돼서 그거 보러 다니는 재미도 있더군요.

회사에서 우연히 표를 얻어서 NCS로 유명한 알렌 워커 콘서트도 아는 동생이랑 다녀왔습니다. 이제 늙어서 그런지 이런 EDM 쪽 스탠딩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20대 초에는 비 맞으면서 락페스티벌도 즐겼었는데 말이죠. 분명 육체적인 외형은 더 좋아진 것 같은데, 그냥 체력이 달리는 것 같습니다.
11월에는 조금 신경 써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개인적인 건강사라 공개된 장소에 자세히 적기는 힘들지만, 건강에 이상이 발견되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은 관리하면서 지내면 되는 상황이라 당장 큰 문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신경 쓰고 살아가야 하는 영역이 생기긴 했네요.

이 시기에 생각 정리도 할 겸 템플스테이도 다녀오고, 벳푸 온천마을도 가서 푹 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박사과정하고 있는 지인 보러 대전도 한 번 다녀오고, 오랜만에 증명사진도 찍었습니다. 레쥬메도 한번 업데이트했고요.
우연히 인기 스트리머가 집 근처에서 팬미팅을 해서 다녀온 경험도 있네요. (리액션하다 보니 수천 명이 보는 방송에 제가 노출되기도 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서울 코믹월드도 다녀왔었네요. 레드불 행사에 가서 페이커도 한 번 보고 왔습니다.

어차피 github 나 resume 에 얼굴이 다 있기도 하니..


그리고 남은 시간들은 어찌어찌 흘러가다 보니 2025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2025 요약
- 일본 여행을 자주 다녀왔습니다. (도쿄, 고베, 삿포로, 나고야, 간사이(오사카/나라/고베), 벳푸)
- 자기관리를 운동/식단으로 제대로 시작해서 계속 유지 중입니다. 피부과도 꾸준히 다니고 있고요. 다만 신경 써야 할 건강 영역이 생겼습니다.
- 스스로 생각했을 때 회사에서 스텝업을 해낸 한 해인 것 같습니다. (히스토리 유실된 핵심 프로덕트를 코드 레벨로 재구성해 문서화했고, 레이어를 UseCase 단위로 정리해 이후 작업 난이도를 낮췄습니다. 데드락/롱 트랜잭션, 멱등성/비동기 전략도 실전에서 학습했습니다.)
- 일본어 공부를 꾸준히 했습니다.
- 일기를 꾸준히 썼고, Trello를 이용한 일정 관리도 지속했습니다.
- 단순 요리를 넘어 베이킹도 해봤습니다.
- 생각 정리하는 글들도 몇 개 적었습니다.
- 문화생활도 나름 했습니다.
- 아쉬운점은 블로그글을 목표한것에 비해 꾸준히 많이 적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2026 은 어떻게?
짧은 템플스테이 기간 동안 인상 깊게 봤던 구절이 있습니다.
일체유심조라는 단어인데요. 뜻은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라는 의미입니다.
살면서 계속 힘든 일도 있을 거고 좋은 일도 있을 텐데, 결국 그 좋고 힘듦은 제 마음속에서 결정되는 것 같더군요.
과거에 제가 생각 정리하며 적었던 억지로 하는 힘?에서 언급한, “억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힘을 키우자.”와도 관통하는 구절이라고 느꼈습니다.
2026년에도 힘든 일을 마주하거나 해야 하는 경우에는, 일체유심조의 마음으로 그 힘든 일을 조금 덜어내거나 좋은 일로 바꿀 수 있는 마음을 먹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성경에서 아주 자주 나오는 말 중에 “두려워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는데요. (저는 무교인데, 적다 보니 종교적인 영역에서도 인사이트를 얻는 게 많았네요.)
저는 아직 마주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좀 벗어던지고 행동하는 1년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살면서 느껴보니 마냥 두려웠던 것들이 막상 마주하고 나면 별거 아닌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제 마냥 젊다고 하긴 어려운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많이 남아 있는데 두려워만 하다가 못 해보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성격상 너무 큰 리스크를 지는 일은 못 하긴 합니다만, 가능한 범위에서 많은 시도와 여러 경험을 해보는 한 해를 만들어보고자 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사람이 점점 철학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개발 이야기를 많이 적었는데, 이제는 다른 이야기를 많이 적고 회고록도 그런 쪽 위주가 되었네요. 스스로 봐도 예전보다 자아성찰을 더 자주 하게 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사실 개발적인 면에서도 적어보고 싶은 내용이 많긴 한데, 그런 내용까지 다 적으려니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스킵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적거나, 개발 회고는 따로 해야 하나 싶네요.
글을 읽으신 분들도 2025년 고생 많으셨고, 힘든 일이 있으셨다면 2026년에는 그 힘든 일이 해결되거나 더 좋은 일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좋은 일이 있으셨다면 더 좋은 일로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